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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亂中日記) - "일기 쓸 시간이 없다고? 이순신 장군은 쓸 시간이 있었냐?"[REVIEW #12: 책추천/책리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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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亂中日記) - "일기 쓸 시간이 없다고? 이순신 장군은 쓸 시간이 있었냐?"[REVIEW #12: 책추천/책리뷰]

독서상언 2018. 7. 26. 22:41




반갑습니다. 독서상언(讀書想言)하는 주원입니다. '자전거 여행', '책은 도끼다'를 읽으며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記)'이 반복적으로 나와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난중일기는 말 그대로 임진왜란이라는 '난'가운데 적은 일기, 이순신 장군의 1592년부터 1598년, 7년 간의 일기를 지금 시대의 언어로 번역하여 출간된 책입니다. 사실 난중일기는 저자인 이순신 장군이 붙인 이름이 아닌데요. 이 일기에 제목을 붙인 사람은 정조 19년(1795년),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한 편찬자가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충무공전서"의 5~8권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직접 기록한 '난중일기'입니다. 또한 난중일기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되어 있는데요. 이유는 전쟁을 지휘한 장수가 직접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저서가 몇 없기 때문이죠.


이 책을 읽으며 난중일기에 대한 환상이 몇 가지 깨지기도 하고, 반대로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답니다. 이순신 장군 개인의 감정과 사사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만큼, 장군님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내용보다는 '일기'에 대한 느낀 점을 위주로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1.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맡은 바의 핵심을 매일 기록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읽기 시작하면 일반적인 일기와 약간은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것은 '날씨'입니다. 저와 여러분들은 초등학교 시절, 일기를 쓸 때 분명 날씨를 기록하거나 표시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 의미와 같은 맥락으로 이순신 장군은 날씨를 기록했던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날씨를 기록한 것은, 자신의 업인 수군으로서의 역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수군에게 있어 날씨는 매우 중요합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고, 어느 방향으로 부는지 이런 기록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대의 높은 기술력과 기록일지처럼 활용도가 높게 날씨를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이순신 장군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감당하고자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였습니다. 심지어 어느 날의 일기는 날씨로 깔끔하게 '맑다', '흐리다'라고 기록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대목에서 알 수 있는 것이죠.


2. 이순신 장군은 처음부터 일기를 잘 쓰지는 않았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 중 가장 큰 것이였습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하루가 길어졌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공무를 보았다.'라고만 기록되어 있고, 전쟁 중에는 장기간 일기를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그 내용은 옮긴 이가 덧붙여 그 시기에 일어난 일들을 기록했었죠. 하지만 마지막 해인 1598년은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비교적 단순한 공무를 보았고 여유가 많았던 첫 해보다 훨씬 자세하게, 매일 기록하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것은 이순신 장군이 의도하였다기 보다는 이순신 장군 본인의 일기를 쓰는 자세와 그 능력이 더 나아졌다고 생각이 듭니다. 단지 '일기를 더 자세히 써야겠다'라기보다는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더 자세히 바라보고, 자신을 더 객관화시킬 수도 있었으며,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며 표현하는 기술이 늘어난 것이죠.


3. 적기 힘들더라면 정말 짧게라도.


이순신 장군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일기를 정말 자세하게 쓸 때도 있었지만, 여전히 엄청 짧게 기록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또한 술에 취해 당일에 일기를 적지 못했을 듯한 기록들도 있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이순신 장군은 일기를 이어가려 하였습니다. 핵심 내용인 날씨로만으로도요. 습관이라는 것은 참 무섭습니다. 습관이 잘 잡힌다면, 계속 밀어붙여 나갈 수 있죠. 하지만 습관의 관성을 놓치고 하루 하루 좋은 습관을 놓치게 되면, 그 영향은 어마할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도 우리와 별반 다름 없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 쓰지 않으면, 짧게는 한달, 길게는 7개월 간 일기를 쓰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순신 장군도 그런 영향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순신 장군은 아마도 자신의 나태함을 잘 알기에, 짧더라도 매일 먹을 갈아 일기를 썼던 것이죠. 자신의 나태함을 인정하고 어떻게든 '자신의 나태함을 이겨내기 위한 싸움'으로 저에게는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은 한 해에 2~3번 씩은 아팠지만, 그럼에도 그 아픔마저 일기로 기록했습니다. 누군가가 기록한 것이 아니라, 지친 몸을 이끌고 본인이 직접 먹을 갈아 그 아픔을 조금 더 자세하게 기록하고 표현하려 했죠. 이런 것을 보면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삶에 핵심이 일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것이 일기였고, 이 것이 바로 그 시대의 이순신 장군 만의 '자기관리'였던 것이죠.


이 책은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를 향한 효심과 또 주변 사람들을 향한 진심어린 마음, 그리고 원리원칙에 의한 자세, 떄때로 자신보다 높은 관직에 있는 우수사(원균)의 잘못된 자세와 행동에 대해, '음흉하다', '가소롭다'라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전쟁 중 안타까움과 떄때로 점을 보는 행위들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책의 초반, 중반부까지도 우리가 소위 생각하는 이순신 장군의 전쟁 이야기는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아직 정말 자세하게까지 전쟁에 대해 기록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극 후반부, 1597~1598년도는 자세하게 나와있습니다. 영화 '명량'을 떠올릴 만큼요. 그 대목 하나하나가 떠오르는 그런 장면들이였습니다.


이 책은 감히 평점을 매기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10점 만점에 9.8점 정도는 매겨야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책의 줄거리를 통해서는 딱히 느낀 점이 없지만, 난중일기를 적는 그 이순신 장군의 마음이 제 마음 속에 깃들었거든요. 오늘 저도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 해야할 것 같네요. 독서상언(讀書想言)하는 주원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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