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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 "대갈빡을 한대 쳐서 깨워야지." [REVIEW #8: 책추천/책리뷰] 본문

독서상언: READING BOOK/R.B: Review

책은 도끼다 - "대갈빡을 한대 쳐서 깨워야지." [REVIEW #8: 책추천/책리뷰]

독서상언 2018. 7. 15. 12:22



제목: 책은 도끼다

저자: 박웅현

출판사: (주)북하우스 퍼블리셔스

출간일: 20111010

네이버 평점: 8.6


"
우리가 읽는 책이 위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거야

"

-1904년 1월, 카프카, 변신, 저자의 말 中에서-


반갑습니다 '독서상언(讀書想言)'하는 사람 주원입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잘 읽어보셨나요? 문득 문득, 연애세포가 근질근질거리는 것 같지만, 잠깐이였답니다. 이 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고민하는 책, '책은 도끼다'입니다. 이 책의 저자 박웅현씨는 유명한 광고아티스트인데요. 그의 풍부한 상상력, 창의력들은 직접 말하기를, 책을 통해서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다양한 책을 읽고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독서방법과 고민들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다루는 책입니다.


"

시작은 울림이다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고은의 낭만에 취하다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니나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


박웅현씨는 저와는 전혀 다른 독서를 하고 있었습니다. 매우 느린, 매우 기어가는 독서를 하고 있죠. 앞서 제가 커피와 관련지어 적었던 독서에 대한 생각을 읽어보셨나요? 이 책을 읽으며 많이 고민하게 되었던 생각들이였죠. 사실 저는 그런 독서가 싫었습니다. 뭐랄까,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이랄까요. 예전에 한번 읽어봤던 책이였지만, 다시 붙잡은 것은, 철학에 입문하기 전에 먼저 철학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이죠. 철학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은 고민에 고민에 고민에 또 다시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여서 겨우 '이 것이 답일까?'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심도있는, 깊이있는 고민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들이 필요하구요.


박웅현씨는 그런 면에서 완벽한 독서법을 추구하였습니다. 느리게, 다독은 정답이 아니라고. 제발 다독을 위한 독서를 하지말고, 독서를 위한 독서를 하라고. 다독 컴플렉스에 걸려 얇은 책만 잡지말라며, 톨스토이가 말하는 것처럼 기계적 지식을 쌓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저는 1-2일에 한권 읽는데 이 구간을 조금 늘려야하나 매우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예전 읽을 때는 그냥 '아 좋은 책이구나 나는 이런 책과 안맞아.' 라고 하며 읽고 넘겼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제 때때로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매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단지 지나가던 길에 앉아 꽃을 보고 벌을 보고, 또 평소에 보지 못했던, 당연히 있던 것들을 돌아보는 자세를 말이죠. 그래서 다음 책을 '자전거 여행'으로 준비했답니다.


천천히 읽는 독서란 무엇일까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책을 천천히 읽게 되었습니다. 아니, 속도는 그대로였지만, 깊이가 달랐습니다. 책에서 인용한 일부를 인용해볼께요.


"겨울에는 봄의 길들을 떠올릴 수 없었고, 봄에는 겨울의 길들이 믿어지지 않는다"

- 자전거 여행 中에서


보이시나요? 느껴지시나요? 겨울에 함박눈이 오는 길거리에, 앙상한 가지에 쌓인 눈이. 어떻게 그런 와중에 봄을 생각할까요? 어떻게 봄이 다시 올꺼라 생각할까요? 어떻게 싹이 필꺼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싹이 돋았어요. 싹이 피었어요. 그 연한 녹색, 정말 싱그러운, 풀냄새가 풍기는 나무의 싹이요. 봉우리를 피웁니다. 그럴 때, 어떻게 겨울을 기억할 수 있나요? 분명, 분명 겪었고, 기억하는데, 그 때의 순간이 어떻게 지금 이 순간과 연결이 지어질까요?


깊이있는 독서란, 천천히 읽는 독서란 이런 것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인 박웅현씨도 계속적인 반복을 통해 강조하였죠. 단순히 지식으로 겨울에 봄의 길을 떠올릴 수 없고, 봄에는 겨울의 길이 믿어지지 않는다를 읽고 넘긴다면, 느끼지 못해요. 느낄 수 없죠. 그리고 잊습니다. 하지만 이 문장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상상하고, 오감으로 읽는다면, 우리는 그 자리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지울 수 없는 기억과 추억이 선사되게 되죠.


박웅현씨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라고 합니다. 톨스토이도, 김훈도, 알랭 드 보통도 모두 기존의 것을 허물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새로운 관점을 보고 더 많은 것을 풍성하게,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것이죠. 'THE ONE THING' 이나 '사소한 것들'에서 말하는 휴식의 중요성이 이런 것이 아닐까요?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줄이는 것이죠. 그리고 그 보폭에 맞추어 생각의 흐름을 보고, 주변을 보는 것이죠. 이런 것은 훈련이 필요합니다.


300km로 달리는 KTX 안에서는 빠른 풍경이 지나갑니다. 그렇기에 섬세한 것들을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는 걸어야 됩니다. 천천히 걸어야, 서서 봐야합니다. 그럴 때 우리가 무지막지하게 빠르게 달리던 인생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됩니다. 의도적으로, 의식적으로 반복해야 하겠죠. 새로운 관점으로 하루를 살고, 또 내일은 또 새로운 관점으로 살아가는 것이죠.


책은 우리를 깨워주는 도구입니다. 책이 나를, 여러분을 깨워주지 못한다면, 책이 문제거나, 잘못 읽는 우리의 잘못입니다. 카프카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깨져야 합니다. 우리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을 통해 깨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 책을 읽기 전과, 책을 읽고 있을 때와, 책을 읽고 난 후의 생각은 달라야한다는 것이죠. 이 것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며, 마땅히 책의 도리여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고민해보았어요. 어떤 것이였냐면, '일'에 대해 고민해보았어요. 우리가 일을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돈'이 1순위 일 겁니다. 오늘도 당장 사표쓰고 싶은 하루를 보내고,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해야하는 이유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게 이것 뿐이지 않을까?' 혹은 '이거라도 해야지..' 라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들 수도 있겠죠. 그리고 한 때 좋아했었고 엄청난 취미생활이였지만, 일로 찾아오니 꼴도 보기 싫은 그런 경우도 있겠죠.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저는 일을 하러가는 것이 아니에요. 취미생활을 하러 가는거죠. 사무업무를 통해 희열을 느껴보는거죠. 상사와의 관계를 풀어가는 미션을 완수하는 거죠. 우리는 취미생활을 할 때, 특히 운동의 취미생활을 할 때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좋은 실력을 위해 반복해서 좋은 자세를 연습하죠. 힘들다고 그만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해보자 하죠. '내 의지'인 거죠.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라는 인간의 직장생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취미생활'로. 일을 즐기는거죠. 얽매이지 말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죠. 그래야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취미생활인거에요. 내 삶을 풍요롭게 할 하나의 사회인 것이죠. 그렇게 생각했더니 안 그래도 재미있던 것들이 더 재미있어 지더군요.


여러분들도 한번 쉬어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육체적 쉼이 아니라, 끊임없이 달리는 정신의 달리기, 기차길에서, 잠시 멈추어 돌아보세요. 그리고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더 풍요로워지고, 더 풍성한 삶을 살아가세요. 그러길 소망하는 '독서상언(讀書想言)'하는 주원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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