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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 "박소녀. 한 엄마의 이름." [REVIEW #16: 책추천/책리뷰] 본문

독서상언: READING BOOK/R.B: Review

엄마를 부탁해 - "박소녀. 한 엄마의 이름." [REVIEW #16: 책추천/책리뷰]

독서상언 2018. 8. 6. 00:00


제목: 엄마를 부탁해

저자: 신경숙

출판사: 창비

출간일: 20081110

네이버평점: 8.84


반갑습니다. 독서상언(讀書想言)하는 주원입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통해 엄마에 대한 책을 읽고자, 과감히 '엄마를 부탁해'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신경숙 작가의 최고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표절 의혹이 있었지만, 큰 문제 없이 해결되며, 여전히 한국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머니'에 대한 책이 아닙니다. '엄마'에 관한 책이지요. 신경숙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어느날 '어머니'를 '엄마'로 고쳐보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어머니를 엄마로 고치고 나니 바로 첫 문장이 이루어졌다."

(창작과 비평 2007년 겨울호, 348면)

 

그렇습니다. 신경숙 작가는 결국 '어머니'가 아닌 '엄마에 대해 소설을 적었습니다. 존경받는 '어머니'가 아니고, '여인'으로서의 '어머니'가 아니며, 효도받으며 노후를 보내는 '어머니'가 아닌, 짜증낼 곳인 '엄마'고, 언제나 나에게 '엄마'였으며, 언젠가 잘해드릴 '엄마'였습니다. 같은 말이지만, 전혀 다른 뜻을 지닌, 놀라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아무도 모른다

미안하다, 형철아

나, 왔네

또다른 여인

에필로그: 장미묵주

"


이 책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이 책의 시작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즉각적이며, 무섭게 시작합니다. 그러면서도 그 어조는 너무나도 담담하고, 허망하면서도,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엄마'에 대한 어떤 소개도, 어떤 인사도, 어떤 설명도 없이, 이 책은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이나 지난 채 시작합니다.


이 책은 시간 순으로 흐르고는 있지만 장마다 관점이 달라집니다. '너'와 '그'와 '당신'과 그리고 '나'. 각각 큰 딸과 큰 아들, 남편과 엄마입니다. 이 관점은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과 흐름을 흐르게 하고 있는데요. 바로, '누가 이 글을 썼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는 '엄마'입니다. 엄마로서 큰 딸과 근 아들, 남편, 그리고 엄마의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 3장은 전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다, 4장에서는 어느 덧 엄마라는 자신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죠. 이러한 관점에서, 엄마는 가족들의 마음을보게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죠. 두 번째로 말 그대로 '관점'입니다. 단지 '너'와 '그'와 '당신'과 '나'로 나누었으며 그 속마음을 알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사용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유는 '신'입니다. 즉, 전지적 작가시점인데요. 이 것은 '독자'와도 연결이 됩니다. 독자를 부르는 '너'와 '그'와 '당신'과 '나'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이 것을 통해 작가는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렇게 작가는 관점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엄마'를 바라보게 해줍니다.


이 책은 또 한 가지의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것은 '잃다'와 '잊음'입니다. 놀랍게도, 이 책은 '잊음'이 깊어져 있을 때, '잃음'은 얕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잃는 것'이 깊어질수록 '잊음'은 얕아집니다. 무슨 모순일까요. 가깝지만 가깝지 않다는 것, 멀지만 멀지 않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겠죠. 평소 옆에 같이 있어 그 소중함을 모르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그 소중한 '엄마'를 잃어버리고 나니, 그 소중함에 '잊음'이 얕아지고 있는 것이죠. 작 중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우리 또한 그런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미, 우리는 그 소중함을 잊은 채, 아니 어쩌면이 아닌, 우리는 이미 그 소중함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겠죠.


이 책은 다양한 후회와 서글픔이 등장합니다. 끝없는 회상과, 후회 가운데, 깊어지는 슬픔을 느끼게 되죠. '엄마'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비참한 존재이지만, 반대로, 너무나도 위대한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저와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죠. 여러분, '엄마'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입니까? 당신은 당연히 엄마로부터 많은 것을 받아야 하나요?


"박소녀"


그녀, 아니 '엄마'의 이름입니다. 이 이름처럼,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소녀'였고, '엄마'이기 이전에 '여인'이였으며, '엄마'이기 이전에 '꿈'이 있었습니다. 그 뜻을 그 이름이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름은, '엄마'라는 이름에 묻히고, '엄마'는 결국 한평생 '엄마'로 살아갑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이 세상에서는 결코 상상하지도 못할 희생입니다. 내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것. 그 것은 너무나도 두렵고, 도전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러나 그 시대, 그녀는, 아니 '엄마'는 마땅히 자신을 깍아내리고 희생하며, '엄마'로서 한평생 살아갑니다. 이 것이 위대한 '엄마'였고, 비참한 '엄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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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0.0을 주어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쓰잘때기없는 문장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많이 고민하고 있던, 제 마음을 움켜 잡았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걱정을, 이제는 행동으로 옮기게 만들어가는 책이였습니다.


여러분들께 꼭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제 또래라면 더욱 더요. 이제는, 앞으로는 부모님과 함께할 시간이, 나날이,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보다 적을 것입니다. 부족합니다. 어떤 사랑책에 적혀있는 구절인 '사랑하기도 부족한 시간'이 단순한 연인관계가 아니라, 이제는 '엄마'에게도 동일시 될 것입니다. 오늘은 어떻게 끝을 맺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음 한구석이 미어오는 밤입니다. 지금까지 독서상언(讀書想言)하는 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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