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상언(讀書想言)

언어의 온도 - "말에는 힘이 있다. 그것을 느껴라." [REVIEW #19: 책추천/책리뷰] 본문

독서상언: READING BOOK/R.B: Review

언어의 온도 - "말에는 힘이 있다. 그것을 느껴라." [REVIEW #19: 책추천/책리뷰]

독서상언 2018. 8. 10. 00:00

¨



책제목: 언어의 온도

저자: 이기주

출판사: 말글터

출간일:20160811

네이버 평점: 7.92



반갑습니다. 독서상언(讀書想言)하는 주원입니다. 이전 책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을 읽으며, 함께 베스트셀러에 올라온 언어의 온도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습니다. 예전 '말그릇'을 읽고, 지인분과 이야기할 때 이 3권 모두가 다른 느낌으로 전개된다고 했었어요. 그래서 이왕 말의 품격을 읽으며, 언어의 온도를 읽자고 다짐하고, 책을 사버렸습니다.


"

말言, 마음에 새기는 것

글文, 지지 않는 꽃

행行, 살아 있다는 증거

"


1. 줄거리가 없는 책.


이 책은 줄거리가 없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어지는 내용이 전혀 없어요. 매번 새로운 이야기, 매번 색다른 이야기로 이야기가 이어져 나가죠. 뭐랄까요. 작가의 일기 같아요. 단지, 그것을 주제별로 엮어둔 것이죠. 말과, 글과, 행위에 대해서요. 저자가 말하고 것들은 우리의 일상 같습니다. 하지만, 그 것들이 상당히 색다르죠. 조금 더 객관화시켰다랄까요. 아니,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거나, 오히려 더 가까이 바라보죠. 그리고 그 때의 감정을, 섬세한 감정과 생각을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특정 주제를 꺼내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별히 느낀 것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반대로 느낀 것이 너무 많이 때문에 특별하지 않은 것이죠. 그러나 그 중 딱 하나만 인용하자면


"기다림은 그런 것이다. 몸은 가만히 있더라도 마음만큼은 미래를 향해 뜀박질하는 일."


참 멋있죠. 몸은 가만히 있는데, 몸은 미동도 하지 않는데, 마음은 이미 달려가고 있는 것... 참 신기합니다. 모순된 말인데, 맞아요. 너무 격하게 맞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릴 때, 이미 그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만나있어요. 시험을 치고 가채점 성적이 너무 좋은 사람은, 시험에 아직 합격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합격했습니다. 너무나도 편하죠.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시험에 불합격한 확신이 들지라도, 맞는 말이요. '희망'이라는 공간을 '절망'으로 공백이 되었더라도, 메워나가는 과정이 바로, 기다림인 것이죠.


2. 그냥, 말하는 것 뿐이야.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느껴라'인 것 같습니다. 말에 대해, 글에 대해, 행위에 대해 무엇이 옳다, 그르다, 혹은 무엇이 더 낫다 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단지 '이렇더라, 저렇더라'라는 저자의 고민이 들어있죠.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언어에는 온도가 있어! 넌 느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데, 저절로 멈추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맛깔나게 책 뒷면에 끄적여보았어요.


"이 책은 언어의 온도가 있음을 알게하는 책이다. 나를 뜨겁게 하기도, 나를 차갑게 하기도, 나를 따뜻하게, 시원하게도 한다. 그리고 미접지근함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언어에는 온도가 있음을, 그리고 그 온도가 독자에게 전해짐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모름지기 책은 이래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를 말하지는 않지만, 독자가 느끼는 것, 그 것이 정말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수수께끼 같지만, 너무나도 쉬운 정답이여서 쉽게 답을 찾고, 느끼는 것이죠. 예전에 리뷰한 '책은 도끼다'가 생각나요.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거지?"


책을 읽고, 조금 더 민감해지는 것, 언어라는, 말이라는, 글이라는 매체에 조금 더 민감해지고, 섬세해지기를 저자는 원했던 것 같습니다.


3. 민감해지자.


책의 내용은 아니에요.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이였죠.


"쿠폰 있으세요?"

"아니요."

"찍어드릴까요?"

"아니요. 가지고 있는 것도 없고! 가지고 갈 것도 없어요..!"


지긋이 나이드신 노년의 아주머니의 말이였어요. 왜 저는 인생의 마무리를 연상케 할까요. 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어요. 한 무리의 손님이 들어와 20대 초반의 요리하는 아가씨께 이렇게 말했더랬죠.


"아가씨가 이 가게 쉐프네요!"


매일 가는 가게지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냥 정해진 레시피로 만들어진, 단지 그런 요리로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우리는 쉐프이면서 작가이면서 철학가이면서도 또 운동선수이기도 해요. 매일 걷고, 매일 생각하고, 매일 적으니까요. 이런 의미가 민감해지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것이 삶에 조금 민감해지는 것이 아닐까요.


-----------------------------


저는  이 책에 과감히 9.0이라는 평점을 주고 싶어요. 책을 통해 느낀 것은 너무 많아 오히려 사라졌지만, 책을 읽으며, 제 삶이 민감해지고, 제 삶의 온도와 말과 글의 온도를 느끼게 해주었거든요. 급한 성격의 저를 조금은 쉬어가게 해주고, 조금은 멈추게도 해주었고, 또 책을 읽으며 보지못하는 것들을 보게 해주었어요. 지금 매우 민감해진 독서상언하는 주원이었습니다.


-------------------------------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과 좋아요,

또 다른 느낌을 받았거나, 생각을 나누고 싶다면 댓글,

좋은 소식을 계속 이어 듣고 싶다면 구독까지도 눌러주세요.


Comments